<p></p><br /><br />버닝썬 사태로 이른바 '물뽕‘의 존재가 알려졌습니다. <br> <br>길거리 노점트럭은 물론 성인용품 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었는데요. <br> <br>여성을 노린 물뽕의 공포가 소리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. <br> <br>이서현 기자가 불법 유통경로를 추적했습니다. <br><br>[리포트]<br>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도심 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성인용품 트럭. 취재진이 손님을 가장해 접근해봤습니다. <br> <br>물뽕이 있냐고 묻자 액체가 들어있는 용기를 꺼내 보입니다. <br> <br>[현장음] <br>"이건 소주용이고 이건 맥주용." <br> <br>범죄악용 소지가 있는데도 사용법까지 자세히 알려줍니다. <br> <br>[성인용품 판매업자] <br>"먹고 시간이 30분 지나서부터 (효과가) 올라와. 요게 딱 2시간 반이면 끝나버려." <br> <br>이런 약물들은 성인용품 매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. <br> <br>[성인용품 매장] <br>"알약으로 된 것도 있고. 약효는 약이 훨씬 낫긴 하죠. 물약은 몰래 타먹으려고 술에 넣는 거고." <br> <br>이른바 '데이트 강간약'으로 불리는 성범죄에 악용되는 약들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는 겁니다. <br> <br>[전직 물뽕 판매업자] <br>"물뽕이라고 많이 하고 여자용이라고도 많이 부르고. 브로커들끼리는 다 알아듣지." <br> <br>몇 년 전까지 물뽕만을 전문적으로 유통했다는 전직 브로커 A씨. 버닝썬 등 클럽에서 사용되는 물뽕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합니다. <br> <br>[전직 물뽕 판매업자] <br>"GHB만큼 쎈 거에요. 보통 나이트클럽 가기 전에 전화 많이 오거든요. 가서 약주고 돈 받고 이렇게 팔았는데" <br> <br>GHB는 100ml 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적발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마약입니다. <br> <br>때문에 동물용 발정제 등이 섞인 최음제가 주로 사용된다는 겁니다. <br><br>이런 물뽕은 일본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공항 인근에서 은밀하게 1차 거래가 이뤄지고 <br> <br>남은 물건은 서울 남대문 시장 등을 통해 유흥업소나 클럽 등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했습니다. <br><br>[전직 물뽕 판매업자] <br>"인천공항에서 브로커들이 다 소화하지 못한 게 남대문 **에 퍼집니다. 거기서 아는 사람한테만 공수가 됩니다." <br> <br>전직 브로커가 지목한 물뽕거래 상점을 찾아가 봤습니다. <br> <br>평범한 잡화점처럼 보이는데 브로커가 다가가자 말없이 검은 봉투를 건넵니다. <br> <br>[현장음] <br>"남자들 (비아그라)도 좀 줘. 녹여먹는 거 있잖아요." <br> <br>사전에 전화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아니면 물건을 팔지 않을 정도로 거래는 암암리에 이뤄집니다. <br> <br>구석진 곳에서 봉투를 열자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든 물뽕이 수북히 들어있습니다. <br> <br>[전직 물뽕 판매업자] <br>"급으로 따지면 5단계가 있다고 하면 2번째는 되지. 이렇게 오리지널은 구하기 힘들어요." <br> <br>효과가 강할수록 구하기 어렵고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겁니다. <br> <br>확보한 약물을 경희대 약학대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봤습니다. <br> <br>GHB와 같은 마약성분이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신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만큼 유해한 물질이 함유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. <br> <br>[홍종기 / 경희대 약학과 교수] <br>"변형된 유사체같은 것들을 거기다 집어넣은 것 같아요. (복용하면) 안돼죠. 케미컬들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모르고" <br> <br>데이트 강간약의 또다른 문제는 피해자가 약물 복용 사실을 알지 못하고 증거도 전혀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. <br> <br>[A씨 / 물뽕 피해 경험자] <br>"정확하게 마신 시점이나 이런 건 전혀 모르고. 그냥 수면 내시경해서 잠드는 것처럼? 그냥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없었어요." <br> <br>영국출신 마약범죄 전문가는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합니다. <br> <br>[앤써니 헤가티 / 마약퇴치운동본부 자문위원] <br>"기억상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성은 증거를 댈 수 없죠. 경찰, 지자체 등이 협조해야 합니다. 그렇게 해야만 이 상황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죠." <br> <br>손쉽게 구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'데이트 강간약' 어느새 코앞까지 침투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. <br>newstart@donga.com